영어 문장을 자동으로 분석하려다 겪은 실패들

영어 문장을 자동으로 분석하려다 겪은 실패들

지문마다 문장별 구조 분석을 붙이려고 했습니다. 주어가 어디고 동사가 어디인지, 어느 덩어리가 어느 덩어리를 꾸미는지를 자동으로 표시해주는 기능이요.

되긴 됐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영어 문장은 이렇게 읽는다"고 학생에게 가르쳐온 방식이 얼마나 많은 예외를 깔고 있었는지를 계속 확인하게 됐습니다.

실패한 지점들을 남겨둡니다. 사람이 읽을 때도 똑같이 걸리는 자리라서요.

that의 정체

가장 자주 틀린 건 that이었습니다.

that은 지시대명사도 되고, 접속사도 되고, 관계대명사도 됩니다. 생김새가 똑같습니다. 뒤에 뭐가 오는지를 봐야 구별됩니다.

He said that the plan worked. — 접속사 The plan that he made worked. — 관계대명사 That was the plan. — 지시대명사

사람은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구별합니다. 그런데 그 "자연스럽게"가 사실은 뒤를 미리 보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만 읽어서는 결정이 안 됩니다.

학생이 긴 문장에서 길을 잃는 지점도 대체로 여기입니다. that을 만나면 일단 접속사로 처리하고 진행하다가, 문장이 안 끝나서 되돌아옵니다.

생략된 것을 복원하기

영어는 생략이 많습니다. 그리고 생략된 자리는 당연히 화면에 안 보입니다.

The book (that) I read yesterday was good.

목적격 관계대명사가 빠지면 명사 두 개가 나란히 붙습니다. book I. 이 배열은 문법적으로 이상해 보이는데 실제로는 아주 흔합니다.

분석기가 여기서 자주 넘어졌습니다. 그리고 학생도 여기서 자주 넘어집니다. 명사가 연달아 나오면 "빠진 게 있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그 감각은 훈련으로만 생깁니다.

그래서 문장 분석 표시에 생략 지점을 따로 표시하기로 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걸 보이게 하는 게 이 기능의 핵심 가치라고 판단했습니다.

콤마가 하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콤마는 영어에서 가장 과로하는 기호입니다.

  • 나열: A, B, and C
  • 삽입구: The book, which I read, was good.
  • 분사구문 연결: Walking home, I saw him.
  • 부사절 뒤: When it rained, we left.

전부 콤마 하나로 처리됩니다. 어느 용법인지는 앞뒤를 봐야 알고, 심지어 같은 문장에서 여러 용법이 섞입니다.

한때 콤마를 기준으로 문장을 나눠서 처리하려고 했는데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콤마는 경계가 아니라 여러 종류의 경계 중 하나를 나타내는 기호였습니다.

가장 오래 걸린 것: 무엇을 꾸미는가

the theory of evolution proposed by Darwin

proposed by Darwin이 꾸미는 건 theory입니까, evolution입니까.

문법만으로는 결정이 안 됩니다. 둘 다 문법적으로 가능합니다. 다윈이 제안한 게 이론이라는 걸 알아야 결정됩니다. 즉 세상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문장 구조가 결정됩니다.

이런 문장을 만날 때마다 분석기는 둘 중 하나를 고르는데, 확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확신이 낮은 경우 아예 표시를 안 하는 쪽으로 처리합니다. 틀린 분석을 보여주느니 안 보여주는 게 낫다고 봤습니다. 학생이 그걸 믿고 외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학생에게

이 작업을 하면서 계속 든 생각은, 우리가 "문장 구조를 파악하라"고 말할 때 그게 얼마나 많은 동시 판단을 요구하는가였습니다.

학생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 세 가지만 추리면 이렇습니다.

동사를 먼저 찾으세요. 주어부터 찾으려 하면 앞에 붙은 수식어에 걸립니다. 문장에서 시제를 가진 동사를 먼저 찾고, 그 앞을 주어 덩어리로 묶는 순서가 훨씬 안정적입니다.

명사가 두 개 붙어 있으면 뭔가 빠진 겁니다. 관계대명사가 생략됐거나, 앞 명사가 뒤 명사를 꾸미는 복합명사입니다. 둘 중 하나를 확인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꾸미는 말은 대체로 가장 가까운 것을 꾸밉니다. 예외가 있지만 기본값은 이겁니다. 예외인지 아닌지는 의미로 판단합니다. 즉 구조를 볼 때도 결국 내용을 이해해야 합니다.

마지막 항목이 이 글의 결론이기도 합니다. 구문 분석은 해석의 전 단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해석과 동시에 진행됩니다. 구조를 다 잡고 나서 뜻을 붙이는 게 아니라, 뜻을 짐작하면서 구조를 결정합니다.

기계로 옮겨보고 나서야 그걸 분명히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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