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지를 인쇄물로 만들 때 신경 쓰는 것들

시험지를 인쇄물로 만들 때 신경 쓰는 것들

문항을 잘 만들어놓고 인쇄에서 망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용은 그대로인데 학생이 풀기 힘든 시험지가 됩니다.

시험지를 PDF와 한글 파일로 뽑는 기능을 만들면서 알게 된 것들을 정리합니다. 출제 이야기가 아니라 편집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실제 수업에서는 이쪽이 더 자주 문제가 됩니다.

지문과 문제가 갈라지면 안 됩니다

가장 흔하고 가장 치명적인 사고입니다.

지문이 1페이지 아래쪽에서 시작해서 2페이지로 넘어가고, 문제는 2페이지에 있습니다. 학생은 페이지를 왔다 갔다 하면서 풉니다.

시간 손실도 손실이지만, 더 큰 문제는 집중이 끊긴다는 겁니다. 지문을 읽다가 페이지를 넘기면 앞부분 내용이 흐려집니다.

그래서 자동 배치에서 가장 우선하는 규칙이 이겁니다. 한 지문과 그에 딸린 문항은 같은 면에 놓는다. 안 되면 아예 다음 페이지로 통째로 넘깁니다. 페이지 아래에 빈 공간이 생겨도요.

여백을 아끼려다 시험을 망치는 것보다 낫습니다.

선택지 줄바꿈

5지선다에서 선지를 어떻게 놓을지도 생각보다 영향이 큽니다.

선지가 짧으면 한 줄에 여러 개를 넣을 수 있습니다. 종이가 절약됩니다. 그런데 선지 길이가 들쭉날쭉하면 정렬이 무너져서 오히려 읽기 어려워집니다.

기준을 이렇게 잡았습니다.

  • 선지가 전부 짧으면(단어 수준) 한 줄에 나열
  • 하나라도 길면 전부 세로로 한 줄씩

섞지 않는 게 핵심입니다. 어떤 선지는 옆에 있고 어떤 선지는 아래에 있으면 학생이 선지를 하나 빠뜨리고 읽습니다.

빈칸 표시

빈칸 추론에서 빈칸을 어떻게 표시할지도 정해야 합니다.

밑줄만 그으면 그 자리에 몇 단어가 들어가는지가 안 보입니다. 반대로 밑줄 길이를 정답 길이에 맞추면 길이가 힌트가 됩니다. 선지 중에 그 길이에 맞는 것만 후보가 되니까요.

그래서 빈칸 길이는 정답과 무관하게 고정하고 있습니다. 어떤 답이든 같은 길이의 자리가 됩니다.

사소해 보이는데, 안 그러면 눈치 빠른 학생이 글을 안 읽고도 답을 좁힙니다.

답 쓰는 자리

주관식이 섞여 있으면 답을 쓸 공간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자주 하는 실수가, 답 길이만큼만 자리를 주는 것입니다. 정답이 세 단어면 세 단어 들어갈 칸을 줍니다.

그러면 학생이 답의 길이를 알게 됩니다. 빈칸 길이와 같은 문제입니다.

그리고 학생 글씨는 생각보다 큽니다. 넉넉하게 줘야 합니다. 칸이 좁으면 학생이 글씨를 구겨 쓰고, 채점하는 쪽이 못 알아봅니다.

글자 크기와 줄 간격

지문 글자를 너무 작게 하면 안 됩니다. 시험지를 한 장으로 줄이려고 글자를 줄이는 유혹이 늘 있는데, 영어 지문에서 이건 특히 나쁩니다.

학생이 지문에 표시를 하기 때문입니다. 모르는 단어에 동그라미를 치고, 연결어에 세모를 하고, 주어와 동사에 밑줄을 긋습니다. 표시할 공간이 없으면 그 작업을 못 합니다.

줄 간격도 같은 이유로 넉넉해야 합니다. 줄 사이에 뜻을 적는 학생이 많습니다.

인쇄물은 읽는 매체가 아니라 쓰는 매체라고 생각하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두 벌을 만들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시험지는 항상 두 벌입니다. 학생용과 교사용이요.

교사용에는 정답과 해설이 붙습니다. 그런데 이 둘을 별도로 관리하면 반드시 어긋납니다. 문항을 하나 고쳤는데 한쪽만 고치는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같은 데이터에서 두 가지 형태를 뽑아내는 구조로 만들었습니다. 문항을 고치면 양쪽이 같이 바뀝니다.

수업 준비에서 잔실수가 나오는 자리는 대체로 이런 같은 것을 두 군데 관리하는 지점이었습니다. 시험지든 단어장이든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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