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답노트를 다시 설계했습니다 — 무엇을 적을 것인가

오답노트를 다시 설계했습니다 — 무엇을 적을 것인가

오답노트는 거의 모든 학생이 만들고, 거의 모든 학생이 안 봅니다.

만드는 데 시간이 많이 들고, 만들고 나면 볼 이유가 없어집니다. 문제를 오려 붙이고 정답과 해설을 적어두면, 나중에 봐도 그냥 읽기만 하게 됩니다.

무엇을 적어야 다시 볼 가치가 생기는지를 여러 번 바꿔가며 정리했습니다.

문제를 붙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가장 먼저 뺀 것이 문제 원문입니다.

문제를 붙이면 노트가 두꺼워지고,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런데 그 문제를 다시 풀 일은 거의 없습니다. 앞선 글에서 적었듯이 다시 풀어도 답 번호를 기억하는 경우가 많고요.

대신 어디에 있는 문제인지만 적습니다. 교재명과 문항 번호요. 다시 보고 싶으면 찾아가면 됩니다.

이렇게 하니 노트 한 항목을 만드는 데 1분이 안 걸립니다. 시간이 짧아지니 실제로 계속 쓰게 됐습니다.

정답이 아니라 오답 이유를 적습니다

두 번째 변화입니다.

정답과 해설을 적는 건 해설지를 옮겨 적는 일입니다. 그건 해설지가 이미 하고 있습니다.

노트에만 있을 수 있는 정보는 하나뿐입니다. 내가 왜 틀렸는가.

그래서 항목마다 이 한 줄을 씁니다.

  • "선지 먼저 봄"
  • "however를 놓침"
  • "주어를 잘못 잡음"
  • "단어 뜻을 다른 걸로 앎"
  • "글의 결론이 아니라 중간 내용을 고름"

이게 핵심입니다. 문제는 매번 다르지만 틀리는 이유는 반복됩니다.

모아놓고 보면 패턴이 나옵니다

한 달쯤 쌓이면 이 한 줄들이 몇 종류로 수렴합니다.

어떤 학생은 "however를 놓침"류가 절반입니다. 논리 전환 신호를 안 봅니다. 어떤 학생은 "중간 내용을 고름"이 계속 나옵니다. 글의 결론과 근거를 구별 못 합니다.

이게 나오면 처방이 명확해집니다. 전자는 연결어 목록을 따로 정리하면 되고, 후자는 단락별로 역할을 표시하는 훈련을 하면 됩니다.

문제를 다시 푸는 것보다 이 패턴을 아는 게 훨씬 효율적입니다. 문제 하나를 다시 푸는 건 그 문제 하나에만 쓰이지만, 패턴을 고치면 앞으로 만날 모든 문제에 쓰입니다.

형식

한 항목이 이 정도입니다.

항목내용
출처교재명 + 문항 번호
유형빈칸 / 순서 / 어법 …
내 답 → 정답③ → ⑤
틀린 이유한 줄
다음에 할 것한 줄 (선택)

마지막 칸은 매번 안 써도 됩니다. 같은 이유가 세 번 이상 나왔을 때만 씁니다. 세 번 반복되면 우연이 아니니까요.

언제 보는가

만들어놓고 안 보는 문제는 형식을 바꿔도 남습니다. 그래서 보는 시점을 정해뒀습니다.

새 문제를 풀기 직전에 봅니다. 복습 시간에 따로 보는 게 아니라, 문제를 풀러 앉았을 때 지난 항목의 "틀린 이유" 칸만 훑습니다. 30초면 됩니다.

이러면 방금 읽은 주의사항을 가지고 문제를 풉니다. 그 회차에서 같은 실수가 줄어듭니다. 그리고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이니까 노트를 계속 쓰게 됩니다.

시험 전날 몰아서 보는 건 효과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때는 이미 습관이 굳어 있어서요.

한 가지 더

오답노트에 맞은 문제를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찍어서 맞았거나, 헷갈렸는데 맞은 경우요.

이건 넣는 게 맞습니다. 오히려 이쪽이 더 위험합니다. 틀린 문제는 최소한 틀린 걸 아는데, 찍어서 맞은 문제는 아는 줄 알고 넘어갑니다.

문제를 풀 때 확신이 없었던 것에 표시를 해두고, 채점 후 맞았어도 노트에 넣습니다. "찍어서 맞음"이라고 적어두면 됩니다.

정답률만 보면 안 보이는 구멍이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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