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문 완성 문제, 규칙만으로 만들 수 있을까 — 룰을 덜어내며 배운 것

요약문 완성 문제, 규칙만으로 만들 수 있을까 — 룰을 덜어내며 배운 것

요약문 완성은 수능 영어에서 지문 하나를 한 문장으로 압축하고, 그 문장에 빈칸 두 개를 뚫는 유형입니다.

자동 출제 기능을 붙이면서 이 유형에서 가장 많이 헤맸습니다. 그리고 결국 해결한 방식이 예상과 정반대였습니다. 규칙을 더 정교하게 만든 게 아니라, 대부분 지워버렸습니다.

처음에는 규칙을 계속 추가했습니다

품질이 안 나오면 원인을 하나씩 찾아서 규칙을 붙이는 게 자연스러운 대응입니다. 그렇게 했습니다.

  • 요약문은 한 문장이어야 한다
  • 지문의 표현을 그대로 쓰지 말고 바꿔 써야 한다
  • 빈칸 두 개는 서로 다른 품사여야 한다
  • 빈칸에 들어갈 말은 지문에 직접 나오지 않아야 한다
  • 요약문 길이는 어느 범위여야 한다
  • 선지는 두 칸의 조합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런 항목이 계속 늘었습니다. 하나씩 보면 다 맞는 말입니다. 실제로 좋은 요약문 문항이 갖춰야 할 조건들이니까요.

그런데 규칙이 늘어날수록 결과가 나빠졌습니다.

조건이 많아지면 본질이 밀려납니다

무슨 일이 벌어졌냐면, 조건을 다 지키느라 정작 요약이 안 된 문장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지문 표현을 그대로 쓰지 말라"는 조건을 지키려고 억지로 동의어를 찾다가 뜻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두 빈칸은 다른 품사"를 맞추려고 문장 구조를 비틀고, 길이 제한을 맞추려고 중요한 내용을 빼는 식이었습니다.

조건은 다 통과했는데 그 지문의 요약문이 아닌 문장이 나왔습니다.

이게 부수적인 규칙이 본질을 밀어낸 상황입니다. 검사 항목이 많아지면 그걸 통과하는 게 목표가 되고, 원래 목적은 뒤로 갑니다.

남긴 것은 네 가지였습니다

그래서 규칙을 전부 걷어내고 처음부터 다시 물었습니다. 요약문 완성 문항이 반드시 갖춰야 하는 게 뭔가.

넷이 남았습니다.

1. 요약문이 지문 전체를 담을 것. 일부 단락만 요약하면 안 됩니다. 이게 첫 번째이자 가장 자주 어긋나던 조건이었습니다.

2. 빈칸을 채워야 문장이 완성될 것. 빈칸을 비워둬도 뜻이 통하면 그 자리는 빈칸이 될 자격이 없습니다.

3. 정답이 하나로 결정될 것. 두 빈칸의 조합 중 말이 되는 게 둘 이상이면 문제가 안 됩니다.

4. 오답 조합도 각각 그럴듯할 것. 앞서 빈칸 추론 글에서 적은 것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나머지는 다 지웠습니다. 동의어를 쓰든 원문 표현을 쓰든, 품사가 같든 다르든, 길이가 어떻든 상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결과가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왜 이렇게 됐나

돌아보면 지웠던 규칙들은 좋은 요약문의 결과이지 조건이 아니었습니다.

좋은 요약문은 자연스럽게 원문과 표현이 달라집니다. 압축하는 과정에서 표현을 바꿀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런데 그 결과를 조건으로 앞세우면, 요약은 안 하고 표현만 바꾸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걸 사람 학습에 옮기면 이렇게 됩니다. "요약할 때는 원문 표현을 쓰지 마세요"라고 가르치면, 학생은 동의어 사전을 뒤집니다. 요약은 안 합니다. 대신 "이 글을 안 읽은 사람에게 한 문장으로 설명해보라"고 하면, 표현은 알아서 바뀝니다.

학생이 요약문 문제를 푸는 순서

만드는 쪽에서 보니 푸는 순서도 정리가 됐습니다.

선지를 먼저 보지 마세요. 요약문 문제는 선지가 조합으로 되어 있어서, 먼저 보면 조합 맞추기 게임이 됩니다.

요약문의 뼈대부터 읽으세요. 빈칸 두 개를 비워둔 채로 요약문을 읽으면 그 문장이 어떤 관계를 말하는지가 보입니다. 원인과 결과인지, 대조인지, 조건인지요. 이 관계가 지문의 논리와 맞아야 합니다.

그 다음에 지문에서 그 관계에 해당하는 자리를 찾으세요. 요약문이 "A할수록 B하다"는 구조면, 지문에서 그 비례 관계를 말하는 부분이 어디인지 찾습니다. 거기 있는 개념이 빈칸에 들어갑니다.

마지막에 선지를 봅니다. 이 순서로 가면 대부분 자기가 생각한 것과 비슷한 조합이 하나 있습니다.

규칙을 덜어내고 본질만 남겼더니 문항이 좋아진 것처럼, 푸는 쪽도 요령을 덜어내고 "이 글이 무슨 말인가"만 남기면 오히려 잘 풀립니다.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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