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문으로 변형문항 세트를 만들 때 제가 지키는 순서

한 지문으로 변형문항 세트를 만들 때 제가 지키는 순서

지문 하나로 여러 문항을 뽑는 일은 내신 대비의 기본입니다. 교과서나 부교재 지문이 정해져 있으니, 그 지문을 여러 각도로 물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순서입니다. 아무 유형이나 되는대로 붙이면 문항 수는 채워지는데 세트가 안 됩니다. 같은 걸 두 번 묻거나, 앞 문항이 뒤 문항의 답을 알려주거나 합니다.

여러 번 만들어보고 정착한 순서를 정리합니다.

1. 먼저 지문이 어떤 글인지 판정합니다

이걸 건너뛰면 뒤가 다 꼬입니다. 지문 성격에 따라 되는 유형이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 주장하는 글이면 요지·주장·제목이 다 됩니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이 명확하니까요.
  • 설명하는 글이면 주제·제목은 되는데 주장은 어색합니다. 필자가 주장을 안 하거든요.
  • 이야기 글이면 심경·분위기나 순서 배열 쪽이 맞습니다. 요지를 물으면 이상해집니다.
  • 안내문·편지면 목적과 내용 일치가 핵심입니다.

이 판정을 먼저 하면 쓸 수 있는 유형이 자동으로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줄어드는 게 좋습니다.

2. 글 전체를 묻는 문항을 하나만 고릅니다

주제·제목·요지·주장은 사실상 같은 것을 묻습니다. 표현만 다릅니다.

이 넷을 한 세트에 다 넣으면 학생은 같은 작업을 네 번 합니다. 그리고 첫 문항에서 중심 생각을 잡아버리면 나머지 셋은 거저 풀립니다. 문항 수는 늘었는데 측정되는 능력은 하나입니다.

그래서 이 그룹에서는 하나만 씁니다. 글이 주장형이면 주장, 설명형이면 주제를 고르는 식입니다.

3. 부분을 묻는 문항을 두세 개 붙입니다

여기서 세트의 밀도가 결정됩니다.

  • 빈칸: 중심 문장이 뚜렷할 때
  • 순서 배열: 논리가 3단으로 나뉠 때
  • 무관한 문장: 논리가 촘촘할 때
  • 내용 불일치: 구체적 정보가 많을 때

이 넷은 서로 겹치지 않습니다. 빈칸은 중심을, 순서는 흐름을, 무관한 문장은 일관성을, 불일치는 세부 정보를 봅니다. 그래서 두세 개를 같이 넣어도 중복이 안 됩니다.

다만 빈칸과 무관한 문장을 같은 자리에 두면 안 됩니다. 무관한 문장 문제에서 지운 문장이 빈칸 문제의 근거였다면 학생이 혼란스러워합니다. 자리를 떨어뜨려야 합니다.

4. 어휘·어법을 마지막에 얹습니다

어법과 단어 선택은 글의 내용과 거의 무관하게 작동합니다. 그래서 순서상 마지막입니다.

앞서 다른 글에서 적었듯이 어법은 지문이 받쳐줘야만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이 지문에는 쓸 만한 어법 포인트가 없다"는 결론이 나면 그냥 뺍니다. 억지로 넣으면 애매한 문항이 됩니다.

5. 마지막에 순서를 다시 배열합니다

만든 순서와 시험지에 실리는 순서는 다릅니다.

학생이 푸는 순서로 보면 이렇게 놓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1. 글 전체를 묻는 문항 (먼저 큰 그림을 잡게)
  2. 부분을 묻는 문항 (그 다음 세부로)
  3. 어휘·어법 (마지막에 형태 확인)

이 순서로 놓으면 학생이 지문을 한 번 읽고 점점 좁혀 들어갑니다. 반대로 어법을 앞에 두면 학생이 글을 읽기도 전에 밑줄부터 봅니다.

실제로는 몇 문항이 적당한가

지문 하나당 4~6문항이 현실적인 상한이라고 봅니다.

그 이상 뽑으면 반드시 중복이 생깁니다. 지문 하나에 들어 있는 정보량이 유한하니까요. 7문항, 8문항을 뽑으면 뒤쪽은 억지 문항이 됩니다.

여러 지문으로 세트를 구성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문 5개에서 4문항씩 20문항을 뽑는 게, 지문 2개에서 10문항씩 뽑는 것보다 낫습니다. 문항 수보다 지문 수를 늘리는 쪽이 거의 항상 옳습니다.

하나만 덧붙이면

이 순서는 제가 정착시킨 것이지 정답은 아닙니다. 다만 어떤 순서든 정해두는 편이 낫다는 건 확실합니다.

순서를 안 정하면 매번 "이 지문으로 뭘 만들지"부터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그 판단에 시간이 가장 많이 듭니다. 순서가 있으면 지문 성격 판정 하나로 나머지가 거의 자동으로 결정됩니다.

수업 준비 시간이 줄어드는 지점은 대체로 이런 데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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