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 — 건너뛸 단어와 찾아야 할 단어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 — 건너뛸 단어와 찾아야 할 단어

수능 영어 지문에 모르는 단어가 하나도 없는 상태는 오지 않습니다. 출제진이 그렇게 만들지 않습니다. 어휘력이 아무리 좋아도 매년 처음 보는 단어가 나옵니다.

그래서 진짜 필요한 능력은 어휘를 다 아는 게 아니라, 모르는 단어를 만났을 때 어떻게 할지 판단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기준을 세우면 독해 속도가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건너뛰어도 되는 단어

1. 예시 안에 있는 단어

필자가 "예를 들어"라고 하고 나서 드는 사례 속 단어는 대부분 몰라도 됩니다. 예시는 앞 문장을 설명하려고 있는 거라, 앞 문장을 이해했다면 예시의 세부는 안 봐도 됩니다.

지문에 갑자기 생소한 동식물 이름이나 지명이 나올 때가 있는데, 거의 다 여기 해당합니다.

2. 나열 속의 한 항목

A, B, and C 구조에서 B만 모른다면 넘어가도 됩니다. A와 C를 보면 B가 같은 부류라는 걸 알 수 있고, 필자가 말하려는 건 그 부류지 B 자체가 아닙니다.

3. 이미 아는 말의 다른 표현

영어 글은 같은 개념을 다른 단어로 되풀이합니다. 앞에서 easy라고 한 걸 뒤에서 effortless라고 씁니다. effortless를 몰라도 문맥이 이미 그 자리를 정해뒀습니다.

4. 부사

부사는 대체로 정도나 태도를 더할 뿐 논리 구조를 바꾸지 않습니다. remarkably, considerably 같은 단어를 몰라도 문장의 뼈대는 그대로입니다.

반드시 찾아야 하는 단어

1. 주제문에 있는 단어

글의 중심 문장에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거기서 멈춰야 합니다. 그 단어 하나 때문에 글 전체를 잘못 읽게 됩니다.

어디가 주제문인지는 대체로 첫 문단 끝이나 마지막 문단에 있습니다. 그 자리의 모르는 단어는 예외 없이 확인 대상입니다.

2. 논리를 뒤집는 신호어

however, nevertheless, on the contrary, whereas 같은 말들입니다. 이런 단어를 놓치면 글의 방향이 반대로 읽힙니다.

이 부류는 개수가 많지 않으니 아예 목록으로 외워두는 게 낫습니다. 스무 개 남짓이면 웬만한 건 다 커버됩니다.

3. 반복해서 나오는 단어

한 지문에 세 번 이상 나오는 단어는 그 글의 열쇠입니다. 필자가 그 개념을 중심으로 글을 쓰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처음 봤을 때 몰랐어도, 두 번째 만나면 찾아야 합니다.

4. 아는 것 같은데 문장이 안 되는 단어

이게 가장 중요하고 가장 자주 놓칩니다.

앞선 글에서 다의어 문제를 다뤘는데, 여기서 다시 나옵니다. address를 '주소'로 알고 있는 학생이 address the problem을 만나면 문장이 이상해집니다. 그때 "내가 아는 뜻이 아닌가 보다"라고 멈출 수 있어야 합니다.

모르는 단어보다 안다고 착각한 단어가 더 위험합니다. 모르는 단어는 최소한 멈추게라도 하니까요.

판단 기준을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그 단어를 몰라도 이 문장이 글에서 하는 역할을 알 수 있으면 건너뛰고, 그 단어가 역할을 결정하고 있으면 찾습니다.

단어의 뜻이 아니라 문장의 역할을 기준으로 삼는 겁니다. 이 문장이 주장인지, 근거인지, 예시인지, 반박인지가 보이면 그 안의 단어 하나쯤은 비어 있어도 됩니다.

연습하는 법

실전에서 이 판단을 하려면 평소에 훈련이 필요합니다. 방법은 단순합니다.

지문을 읽을 때 모르는 단어에 바로 표시하지 말고, 먼저 그 문장이 글에서 무슨 역할인지 적어보세요. 그 다음에 그 단어를 찾을지 말지 결정합니다.

처음엔 느립니다. 그런데 이 판단을 몇 십 번 하고 나면 자동화됩니다. 그리고 자동화되는 순간 독해 속도가 달라집니다. 모든 단어를 다 처리하려던 부담이 사라지니까요.

수능 영어에서 시간이 모자라는 학생의 상당수는 읽는 속도가 느린 게 아니라, 넘어가도 될 것에 멈춰 서서 시간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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