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으로 추측하라'는 말의 실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문맥으로 추측하라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학생 입장에서 이 조언은 대체로 쓸모가 없습니다.

"어떻게 추측하는데요?"

여기에 답을 못 하면 그냥 "알아서 하라"는 말이 됩니다. 실제로 문맥 추론이 작동하는 방식을 뜯어보면 몇 가지 정해진 패턴이 있습니다.

추측이 가능한 경우는 정해져 있습니다

아무 단어나 추측되는 게 아닙니다. 필자가 단서를 남겨둔 경우에만 됩니다. 그리고 필자가 단서를 남기는 방식은 대체로 넷입니다.

1. 바로 뒤에 설명이 붙는 경우

Homeostasis, the body's tendency to maintain stable internal conditions, is ...

콤마 사이에 뜻이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어려운 용어를 쓴 필자는 대체로 곧바로 풀어줍니다. 독자가 모를 걸 아니까요.

이 형태는 콤마 말고도 여러 가지로 나타납니다. that is, in other words, or, 대시(—), 괄호. 이 신호가 보이면 그 뒤에 뜻이 있습니다.

2. 예시가 뒤따르는 경우

... various forms of precipitation, such as rain, snow, and hail.

precipitation을 몰라도 비·눈·우박의 상위 개념이라는 게 나옵니다. 정확한 번역어는 몰라도 글 읽는 데는 충분합니다.

3. 대조가 명시된 경우

Unlike his gregarious brother, Tom preferred to stay alone.

gregarious를 몰라도 됩니다. unlike가 있고 뒤에 "혼자 있기를 좋아했다"가 나오니, 반대 뜻입니다.

4. 인과가 연결된 경우

The road was so slippery that several cars skidded.

skid를 몰라도 미끄러운 길에서 차에 일어나는 일이라는 게 나옵니다.

추측이 안 되는 경우

반대로 이런 경우는 아무리 봐도 안 나옵니다.

  • 단서 없이 한 번만 나오는 단어
  • 그 단어 자체가 문장의 핵심 정보인 경우
  • 앞뒤가 다 모르는 단어인 경우

이때 중요한 건 추측을 포기하는 판단입니다. 안 나오는 걸 붙잡고 있으면 시간만 갑니다. 그 단어를 X로 두고 문장을 읽으면 됩니다.

Xing is important for Y. 이 문장에서 X를 몰라도, 필자가 X를 중요하다고 여긴다는 정보는 얻었습니다. 글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는 그걸로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추측의 목표는 뜻이 아닙니다

여기가 핵심입니다.

학생들은 문맥 추론을 "정확한 한국어 뜻 맞히기"로 이해합니다. 그래서 추측한 뒤에 사전을 찾아보고 틀렸으면 실패했다고 느낍니다.

실제 목표는 그게 아닙니다. 그 단어가 이 문장에서 하는 역할을 아는 것입니다.

  • 긍정적인 말인가 부정적인 말인가
  • 앞 내용과 같은 방향인가 반대인가
  • 명사라면 사람인가 사물인가 개념인가

이 정도만 잡히면 문제를 푸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정확한 뜻은 시험 끝나고 찾아도 됩니다.

접두사·접미사는 얼마나 쓸모 있나

단어 앞뒤를 뜯어서 뜻을 추측하는 방법도 자주 권해집니다. un-은 부정, -tion은 명사, pre-는 앞, 이런 식으로요.

부분적으로 유용합니다. 특히 부정 접두사는 확실하게 작동합니다. un-, in-, dis-, non-이 붙으면 반대입니다. 이건 예외가 적습니다.

품사를 알려주는 접미사도 신뢰할 만합니다. -tion, -ment, -ness는 명사, -ify, -ize는 동사, -ous, -ful은 형용사. 뜻은 몰라도 문장 구조를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반면 어근으로 뜻을 추측하는 건 생각보다 자주 빗나갑니다. 어원상으로는 맞는데 현대 영어에서 뜻이 멀어진 경우가 많거든요.

부정 접두사와 품사 접미사, 이 둘만 확실히 챙기고 나머지는 보너스로 두는 게 실전에서는 낫습니다.

연습하는 방법

지문을 읽을 때 모르는 단어에 바로 밑줄을 긋지 말고, 이렇게 표시해보세요.

  • 단서가 있어서 추측 가능 →
  • 단서가 없어서 넘어감 → ×
  • 글의 핵심이라 반드시 확인 →

읽고 나서 ○만 사전을 찾습니다. △는 자기 추측을 적어두고 나중에 맞춰봅니다. ×는 그냥 둡니다.

이걸 며칠 하면 모르는 단어를 만났을 때의 반응이 달라집니다. 멈추는 대신 분류하게 됩니다. 그리고 분류는 훨씬 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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