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태도를 읽는 법 — 같은 사실도 어떻게 말하느냐가 다릅니다

필자의 태도를 읽는 법 — 같은 사실도 어떻게 말하느냐가 다릅니다

주제와 주장은 다릅니다.

주제는 "무엇에 대한 글인가"이고, 주장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입니다. 같은 주제로 정반대 주장이 가능합니다.

학생들이 주제는 잘 잡으면서 주장을 못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글이 무엇을 다루는지는 아는데, 필자가 그것을 좋게 보는지 나쁘게 보는지를 놓칩니다.

태도가 드러나는 자리들을 정리합니다.

1. 형용사와 부사

가장 직접적입니다. 사실을 전달하는 문장에도 필자의 평가가 섞입니다.

The policy led to a significant increase in participation. The policy led to a mere increase in participation.

같은 증가인데 significant와 mere가 정반대의 평가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단어들이 태도의 지표입니다. remarkable, surprising, disappointing, modest, alarming, promising… 이런 단어가 나오면 밑줄을 그을 만합니다.

2. 동사 선택

주장을 전달하는 동사에도 온도가 있습니다.

  • argue, claim, insist → 필자가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주장한다"는 뉘앙스라, 뒤에 반박이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 show, demonstrate, reveal → 필자가 그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 assume, suppose → 근거가 약하다는 암시입니다.

Some researchers claim that…으로 시작하는 문단은 대체로 However,로 이어집니다. claim이 이미 신호였습니다.

3. 서법조동사

may, might, could, should, must는 확신의 정도를 나타냅니다.

This may explain the pattern. — 조심스럽습니다. This must be the cause. — 단정적입니다. We should consider… — 권고입니다.

특히 should와 must가 나오면 주장 문장일 확률이 높습니다. 앞서 다른 글에서 "당위 신호"라고 표현했는데, 필자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순간이 대체로 결론입니다.

주장 유형 문제에서 이 조동사를 찾는 것만으로 정답 근처에 갑니다.

4. 인용의 처리 방식

필자가 남의 말을 가져올 때, 그 말에 동의하는지 아닌지가 처리 방식에 드러납니다.

동의하는 인용은 근거로 쓰입니다. 인용 뒤에 그 내용을 확장하거나 예시를 붙입니다.

동의하지 않는 인용은 반박의 발판입니다. 인용 뒤에 but, however, yet이 옵니다. 혹은 인용 자체를 It is often assumed that…처럼 거리를 두고 시작합니다.

It is widely believed that…으로 글이 시작하면, 그 통념이 틀렸다는 이야기일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필자가 동의한다면 굳이 "널리 믿어진다"고 쓸 이유가 없거든요.

5. 질문

필자가 던지는 질문도 태도의 표시입니다.

But is this really the case?

이런 문장이 나오면 앞 내용을 뒤집겠다는 예고입니다. 수사의문문은 답을 묻는 게 아니라 방향을 트는 장치입니다.

태도가 안 보이는 글

설명문 중에는 필자의 태도가 거의 안 드러나는 글이 있습니다. 과학적 현상을 중립적으로 서술하는 글이 그렇습니다.

이런 글에는 주장 문제가 안 나옵니다. 주제나 제목을 묻습니다. 앞서 유형별 출제 데이터를 정리하면서 "설명문에는 주장이 어색하다"고 적었는데, 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주장 문제가 나왔다는 건 그 글에 필자의 태도가 분명히 있다는 뜻입니다. 안 보인다면 아직 못 찾은 겁니다. 위 다섯 자리를 다시 훑으면 대체로 나옵니다.

연습

지문을 읽고 한 문장으로 요약할 때, 두 가지 버전으로 써보는 걸 권합니다.

  • 주제 버전: "이 글은 ~에 대한 글이다."
  • 주장 버전: "필자는 ~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가 안 써지면 태도를 못 읽은 겁니다. 그때 위 신호들을 찾으러 돌아갑니다.

이 훈련의 부수 효과가 하나 있는데, 글을 읽는 동안 필자를 사람으로 의식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지문이 그냥 정보 덩어리가 아니라 누군가 무슨 말을 하려고 쓴 글로 보이기 시작하면, 요지·주장·제목류가 한꺼번에 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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