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EB 펭수샘입니다.
2025년 11월 13일에 치른 2026학년도 수능 영어는 1등급이 3.11%였습니다. 1994년 수능이 시작된 뒤 절대평가 과목을 통틀어 가장 낮은 숫자이고, 상대평가 과목의 1등급(상위 4%)보다도 좁은 문이었습니다. 한 달 뒤 평가원장이 물러났습니다. 출제 오류가 아니라 난이도 때문에 원장이 사퇴한 첫 사례였습니다.
"어려웠다"는 다들 압니다. 이 글은 한 걸음 더 들어가 봅니다. 어디서 점수가 깎였는지, 왜 그런 시험지가 나왔는지, 그리고 지문이 정말 어려웠는지. 마지막 질문에는 저희 ExamBuilder가 보유한 최근 수능·모평 독해 지문 전량으로 직접 재본 결과를 붙였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문은 전년과 거의 같았고 어려움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1. 상위권이 통째로 3·4등급으로 밀렸습니다
먼저 등급표부터 보겠습니다. 평가원이 발표한 2026학년도와 2025학년도 수능 영어 등급 분포를 나란히 놓았습니다.
숫자를 뜯어보면 이 시험의 성격이 보입니다.
- 1·2등급을 합친 비율이 22.57%에서 17.46%로 줄었습니다. 인원으로는 약 1만 8천 명이 2등급 안에서 사라졌습니다.
- 그 인원은 어디로 갔을까요. 3등급이 4.9%p, 4등급이 2.9%p 늘었습니다. 반면 5등급 이하는 오히려 소폭 줄었습니다.
즉 하위권이 더 못 본 시험이 아닙니다. 80점, 90점을 넘던 학생들이 60~70점대로 내려앉은 시험입니다. 절대평가 영어를 "2등급은 확보하고 국어·수학에 집중"하는 과목으로 계산해 두었던 수시 최저 전략이 통째로 흔들린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절대평가로 바뀐 2018학년도 이후 1등급 비율은 이렇게 움직였습니다.
2. 시험지 안에서 - 괴물 한 마리가 아니라 킬러 여섯
"역대급 킬러 문항이 나왔다"는 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EBSi가 공개한 오답률 상위 15문항을 2024·2025·2026 수능 세 해로 나란히 놓으면 조금 다른 그림이 나옵니다.
| 오답률 상위 15문항 기준 | 2024 수능 | 2025 수능 | 2026 수능 |
|---|---|---|---|
| 1등급 비율 (평가원) | 4.71% | 6.22% | 3.11% |
| 가장 어려웠던 문항 | 33번 · 오답률 85.7% | 32번 · 82.6% | 33번 · 81.6% |
| 오답률 80% 이상 | 1문항 | 1문항 | 3문항 (33·34·32) |
| 오답률 70% 이상 | 2문항 | 3문항 | 6문항 (+24·37·40) |
| 정답률 25% 미만 (찍기 수준) | 2문항 | 1문항 | 6문항 |
| 그 문항들의 배점 합 | 6점 | 7점 | 16점 |
가장 어려운 문항 하나만 보면 2024 수능 33번(정답률 14.3%)이 더했습니다. 2026이 다른 점은 깊이가 아니라 폭입니다. 오지선다에서 찍어도 20%는 맞습니다. 정답률이 그 언저리(25% 미만)인 문항이 2024·2025에는 한두 개였는데, 2026에는 여섯 개였습니다.
찍기 수준 여섯 문항의 배점을 더하면 16점이었습니다
킬러를 전부 틀리면 84점, 2등급입니다. 1등급을 받으려면 여섯 문항 중 최소 셋은 맞혀야 했습니다. 2024·2025 수능은 그 합이 6~7점이라 킬러를 다 놓쳐도 1등급이 가능했습니다. 이것이 상위권이 통째로 밀린 등급표의 정체입니다.
한 가지 더. 2024·2025의 70% 이상 문항은 전부 빈칸(31~34)과 순서(37)였습니다. 2026에는 24번 제목과 40번 요약이 그 대열에 들어왔습니다. 전통적으로 "점수를 챙기는 자리"였던 번호에서 3점이 빠져나갔습니다. 학원가에서 "고난도 문항 위치가 바뀌었다"고 한 말의 실체입니다.
어떤 문항이었나
여섯 문항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틀린 학생이 한 선지로 몰렸다는 점입니다. "정답이 안 보여서"가 아니라 "오답이 정답처럼 보여서" 틀린 시험이었습니다.
34번 (빈칸, 3점) 은 칸트의 법철학이 소재였습니다. 법은 자유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지키는 조건이라는 글인데, 빈칸 앞에 부정어가 있습니다.
32번 (빈칸, 3점) 은 글쓰기와 대화의 차이가 소재였습니다. 정답 ⑤ "anticipate the absent reader's response"(보이지 않는 독자의 반응을 예측한다)를 고른 학생이 19.9%인데, 오답 ② "recognize the limitations of writing and conversation"을 고른 학생이 38.9%, 정답의 두 배였습니다. 지문에 나온 낱말(limitations)을 그대로 담은 선지가 함정이었습니다.
24번 (제목, 3점) 은 수능 뒤 이의신청이 가장 많이 몰린 문항입니다. 전체 이의신청 675건 중 영어가 467건, 그중 400건 이상이 이 문항이었습니다. 정답 ② "Cash or Soul? When Culture Couples with Entertainment"의 'Soul'이 지문에 없는 개념이라는 지적이 많았고, 평가원은 지문으로 유추 가능하다며 정답을 유지했습니다. 선택 비율은 ② 23.8%, ⑤ 22.5%, ③ 19.1%, ④ 18.8%로 거의 고르게 흩어졌습니다.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문 원저자인 영국 리즈 베켓대 스튜어트 모스 교수는 'culturtainment'가 자신이 교재를 쓰며 만든 학술 합성어라며 출제에 놀랐다고 밝혔습니다.
39번 (삽입, 3점) 은 비디오게임 속 지각을 다룬 지문이었습니다. 정답 ③ 32.3%보다 오답 ④를 고른 학생이 40.5% 로 더 많았습니다. 외부 현실, 플레이어의 신체 공간, 아바타의 신체 공간이라는 세 층위를 구분해야 논리 공백이 보이는 문항이었습니다.
40번 (요약, 2점) 은 언급이 적지만 숨은 킬러였습니다. 정답 ③ 24.3%, 오답 ① 40.7%. 공연예술의 경제적 불안정성과 매력을 요약하는 문항에서 요약문의 빈칸 두 개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조합을 찾지 못한 학생이 많았습니다.
3. 그런데 지문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궁금해집니다. 지문 자체가 어려워진 걸까요, 아니면 묻는 방식이 어려워진 걸까요. 두 가지 자료로 확인했습니다.
첫째는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발표한 AR(ATOS) 지수입니다. 영어 지문의 문장 길이·단어 길이·어휘 난도를 미국 학년으로 환산하는 지표로, 이 단체는 2025년 7월과 12월, 2026년 7월 세 차례에 걸쳐 수능·모평 독해 지문을 분석했습니다.
| 지문 | 1등급 비율 | 평균 AR (미국 학년) | 최고 AR |
|---|---|---|---|
| 영어Ⅱ 교과서 4종 (기준선) | – | 8.21 | 8.45~11.05 |
| 2025학년도 수능 (2024.11) | 6.22% | 9.81 | 13.84 |
| 2026학년도 6월 모평 (2025.6) | 19.10% | 9.32 | 12.12 |
| 2026학년도 수능 (2025.11) | 3.11% | 9.83 | 13.38 |
| 2027학년도 6월 모평 (2026.6) | 4.13% | 9.74 | 13.55 |
이 단체의 결론은 "수능이 교과서보다 1~2학년 이상 어렵다"입니다. 맞는 말이지만, 표를 가로로 읽으면 다른 사실이 보입니다. 2025 수능 9.81과 2026 수능 9.83, 지문 난도는 사실상 같습니다. 가장 어려운 지문은 오히려 2025가 더 높았습니다. 1등급이 19%였던 6월 모평과의 차이도 0.5학년뿐입니다. 교과서와의 격차는 해마다 있던 상수이고, 2026에 갑자기 벌어진 게 아닙니다.
둘째는 저희가 직접 잰 값입니다. ExamBuilder에는 변형 문항 출제용으로 최근 수능과 6·9월 모평의 독해 지문이 전부 들어 있고, 지문 속 낱말마다 사용 빈도 점수(zipf)가 붙어 있습니다. 세 해 수능 지문의 어휘와 문장을 같은 잣대로 쟀습니다.
| 독해 지문 | 지문당 단어 수 | 문장당 단어 수 | 가장 긴 문장 | 희귀어 비율 | 매우 희귀한 낱말 |
|---|---|---|---|---|---|
| 2024 수능 (25지문) | 161 | 21.1 | 63단어 | 14.4% | 6.3% |
| 2025 수능 (24지문) | 160 | 21.5 | 74단어 | 12.5% | 5.9% |
| 2026 수능 (24지문) | 167 | 21.1 | 47단어 | 12.1% | 4.6% |
2026 수능은 세 해 중 희귀어 비율이 가장 낮고, 가장 긴 문장도 가장 짧았습니다. 지문이 7단어쯤 길어진 것 말고는 표면에서 튀는 게 없습니다. 어휘가 어려워서 무너진 시험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ExamBuilder로 같은 지문에 여러 유형의 문항을 만들어 보면, 요지·주제 문항은 지문이 어지간히 어려워도 정답률이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반면 빈칸은 빈칸을 어느 문장에 뚫느냐, 그 앞에 부정어가 있느냐, 오답 선지에 주제어를 넣느냐에 따라 같은 지문에서도 난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2026 수능은 바로 그 설계 변수가 여섯 문항에서 동시에 어려운 쪽으로 세팅된 시험이었습니다. 지문을 읽는 힘이 아니라 선지를 가려내는 힘이 등급을 갈랐습니다.
4. 왜 그런 시험지가 나왔나

시험 당일부터 채점 결과, 그리고 이듬해 교육부 조사까지 평가원과 교육부가 한 말을 시간순으로 놓으면 원인이 드러납니다.
| 날짜 | 누가 | 무엇을 |
|---|---|---|
| 2025-11-13 시험 당일 | 김창원 출제위원장 | 영어는 절대평가라 "1등급 비율이 얼마가 되는가 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우리의 관심사도 아니다" |
| 2025-12-04 채점 결과 | 오승걸 평가원장 | "당초 취지와 의도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결과… 유감". 적정 1등급은 6~10%. 사설 모의고사와 유사한 문항이 많이 발견돼 다수 교체했고, 그 과정에서 난이도 검토가 충분하지 않았다 |
| 2025-12-10 | 오승걸 평가원장 | 사임. "영어 영역 출제가 절대평가 취지에 부합하지 못해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 |
| 2026-02-12 조사 결과 | 교육부 | 영어 45문항 중 19문항 교체(국어 1, 수학 4). 교사 출제위원 비율 33%(다른 영역 45%). 출제위원과 검토위원 간 조율이 매끄럽지 못해 검토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
시험 당일 "1등급 비율은 관심사가 아니다"였던 말이 3주 뒤 "적정 범위 6~10%에 못 미쳐 유감"으로 바뀌었고, 두 달 뒤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사교육 문제와 겹치지 않게 하려고 문항을 대거 갈아끼웠다. 45문항 중 19문항, 절반 가까이입니다. 국어는 1문항, 수학은 4문항이었습니다.
- 갈아끼운 문항의 난이도를 볼 시간이 부족했다. 교육부 표현으로는 "교체 자체는 모두 검토위원을 거쳤지만 출제위원과 검토위원 간 조율이 매끄럽지 못했다".
- 영어 출제진에 현장 교사가 적었다. 교사 비율 33%로 다른 영역보다 낮았고, 2025학년도부터 인력 풀에서 무작위로 뽑는 방식이 되면서 전문성 검증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역대 평가원장 13명 가운데 임기를 못 채운 사람이 9명인데, 앞선 8명은 모두 출제 오류가 이유였습니다. 난이도 조절 실패로 물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영국 BBC까지 34번과 39번을 기사에 싣고 독자에게 풀어보라고 할 만큼 화제가 됐습니다.
교육부 대책은 교사 출제위원 50% 확대, 영역별 문항 점검위원회 신설, 2028학년도 모의평가부터 AI 영어 지문 생성 시스템 시범 운영입니다.
5. 이 시험만의 문제였을까 - 난이도 롤러코스터

3.11%가 충격이었던 건 낮아서만이 아닙니다. 같은 해 6월 모평은 19.10% 였습니다. 절대평가 이후 가장 쉬운 시험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으로 바뀌는 데 다섯 달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교사 출제위원 50% 대책이 처음 적용된 2026년 6월 모평도 4.13%로 국어·수학보다 낮았고, 석 달 뒤 9월 모평은 반대로 15.54% 로 절대평가 이후 세 번째로 높았습니다. 한 영어 교사는 오마이뉴스 기고에서 절대평가 이후 28회 시험 중 목표 구간(6~10%)에 든 것이 10회뿐이라고 집계했습니다. 절대평가의 전제는 "기준이 고정돼 있어서 예측 가능하다"인데, 실제로는 매 시험이 다른 시험이었습니다.
그 사이 영어 사교육은 줄지 않았습니다. 학계에서는 이미 절대평가가 취지를 잃었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서울 일반고에서 영어를 선택한 학생 비율이 2019년 92.7%에서 2023년 80.6%로 떨어졌다는 조사도 있습니다(뉴스핌 2025-12-08 보도, 한국영어관련학술단체협의회). 학교에서는 덜 가르치고, 시험은 예측이 안 되니 학원으로 가는 구조입니다.
6. 그래서 2027 수능은 어떻게 준비하나
이 글의 결론은 단순합니다. 2026 수능 영어는 지문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선지를 가려내야 하는 문항이 한꺼번에 많아서 무너진 시험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대비도 거기에 맞춰야 합니다.
- 빈칸은 부정어부터 확인하는 습관. 34번처럼 빈칸 앞에 not, cannot, never가 있으면 주제와 반대 방향의 선지가 답입니다. 주제어가 그대로 들어간 선지는 일단 의심합니다.
- 오답 선지의 함정 유형을 따로 익히기. 지문 낱말을 그대로 옮긴 선지(32번), 방향만 뒤집은 선지(34번), 두 조건 중 하나만 맞는 선지(40번). 세 해 오답률 표에서 학생들이 몰린 선지는 늘 이 셋 중 하나였습니다.
- 제목·요약을 "쉬운 번호"로 두지 않기. 24번과 40번이 보여줬듯 3점은 어느 번호에나 붙을 수 있습니다.
- 모평 난이도로 수능을 예단하지 않기. 6월이 쉬웠다고 수능이 쉬운 게 아니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9월 모평 가채점으로 수시 최저를 확신하는 것은 특히 위험합니다.
- EBS 연계는 소재 풀로만. 2026 수능 고난도 문항은 대부분 비연계였고, 연계된 24·32번도 교재를 봤다고 풀리는 문항이 아니었습니다. 자세한 대조는 2026 수능 영어 EBS 연계 분석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선지를 가려내는 힘은 같은 지문으로 여러 유형의 문항을 반복해서 풀 때 가장 빨리 붙습니다. 저희가 ExamBuilder를 만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유형별 접근법은 수능 영어 유형별 공략 시리즈에서 이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교육부 2026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 및 별첨(2025-12-04) · 2025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2024-12-05)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6학년도 수능 출제 기본 방향 브리핑(2025-11-13) · 채점 결과 발표 브리핑(2025-12-04)
교육부 수능 영어 영역 출제 과정 조사 결과 및 개선 방안(2026-02-12)
EBSi 2024·2025·2026학년도 수능 영어 오답률 공개 자료(홀수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능·6월 모평·영어 교과서·EBS 교재 난이도 분석(2025-07-01) 및 후속 발표(2025-12-11, 2026-07-21)
언론 보도 경향신문(2025-12-10), 한국경제(2025-11-18), 문화일보(2025-12-08), 뉴스핌(2025-12-08, 2026-02-11), 머니투데이(2026-06-30), 아주경제(2026-09-02), 오마이뉴스(2026-07), 한국일보(2025-12-12, BBC 보도 인용)
ExamBuilder 자체 측정 2024~2026 수능 독해 지문 어휘 빈도·문장 길이(2026-09-26)